변곡점을 만드는 건 전략이 아니라 문화다
버라이즌은 5년간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댄 슐먼은 고객보다 절차를 앞세우던 조직부터 바꿨고, 취임 첫 분기 고객 순증은 201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세 줄 요약
- 기업은 전략이 없어서보다 시장이 변하는 속도를 조직이 따라가지 못할 때 뒤처진다.
- 문화는 회사가 내건 가치 문구가 아니다. 고객을 대하는 방식, 실패를 허용하는 범위, 결과를 확인하는 주기처럼 구성원이 매일 반복하는 판단 기준이다.
- 버라이즌의 반등에는 가격 정책과 비용 절감, 프로모션이 함께 작용했다. 슐먼은 현실을 인정하고 행동 기준을 바꾸는 조직문화가 이런 전략을 실행할 조건이라고 봤다.
버라이즌은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 몰랐던 회사가 아니다. 미국의 핵심 통신 인프라를 운영했고, 네트워크 품질과 엔지니어링 역량에 강한 자부심이 있었다. 문제는 그 성공 방식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은데도 조직이 같은 답을 반복했다는 데 있었다.
슐먼이 CEO를 맡았을 때 버라이즌의 시장점유율은 5년째 하락하고 있었다. 고객 이탈률은 높아졌고 만족도는 떨어졌다. 내부에서는 위험을 피하고, 위계에 따르고, 절차 자체를 중시하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보여주는 데 익숙했다. 슐먼은 언제 결과를 낼 수 있는지 물었지만 조직은 구성원들이 얼마나 충실하게 절차를 밟았는지 설명했다.
회사의 전략 문서에 ‘고객 중심’을 한 줄 더 넣는다고 이 간극은 사라지지 않는다. 고객보다 네트워크를 먼저 보고, 결과보다 절차의 정당성을 앞세우며,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면 시도하지 않는 행동이 그대로라면 기존 문화가 새 전략의 실행까지 가로막는다.
전략은 방향을 정하지만 변곡점은 사람들이 매일 이전과 다르게 판단하고 행동하기 시작할 때 만들어진다.
강점이 회사를 뒤처지게 만들 때
과거의 성공은 다음 성공의 자산이지만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강한 힘이 되기도 한다. 버라이즌은 오랫동안 엔지니어링 역량과 네트워크 품질에 의존했다. 그러나 슐먼은 좋은 네트워크만으로는 더 이상 완전히 차별화할 수 없는데도 회사가 고객보다 네트워크를 중심에 두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슐먼의 진단은 기술력이 약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기술력만으로 차별화할 수 없게 됐는데도 조직이 여전히 모든 문제를 기술력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자부심은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방식을 반복하게 만들었고, 그 반복은 변화를 거부하는 습관으로 굳었다.
| 기존 조직의 기본값 | 바꾸려 한 기본값 |
|---|---|
| 네트워크와 내부 기술을 먼저 본다 | 고객이 겪는 마찰부터 본다 |
| 절차와 노력의 양을 설명한다 | 무슨 결과를 언제 낼지 말한다 |
| 실패 가능성이 있으면 시도하지 않는다 | 보호할 영역과 실험할 영역을 구분한다 |
| 관료적이고 위계적으로 움직인다 | 구성원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
| 과거의 성공 방식을 반복한다 | 앞으로 시장에서 통할 성공 조건을 다시 찾는다 |
외부 환경이 변하는 속도보다 조직의 변화가 느리면 회사는 뒤처진다. 문제는 새 전략을 만드는 속도보다 조직이 낡은 판단 기준을 버리는 속도다.
모든 고객에게는 이름이 있다
‘고객 중심’은 반대하기 어려운 말이라 실행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누구나 동의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버라이즌은 이 표현 대신 “모든 고객에게는 이름이 있다”를 내세웠다.
고객을 계정이나 회선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대한다는 뜻이다. 이 기준은 거창한 브랜드 선언이 아니라 고객과 만나는 작은 장면에서 작동한다.
- 매장에 들어온 고객을 얼마나 빨리 응대하는가
- 고객이 요금제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가
- 복잡성을 이용해 더 비싼 선택을 유도하지 않는가
- 고객센터가 불편을 겪는 고객을 존중하고 고객의 상황에 공감하는가
- 가격을 올릴 때 고객이 체감할 새로운 가치를 함께 제공하는가
슐먼은 고객이 불만을 크게 외치기 전에 소리 없이 회사를 떠난다고 말했다. 고객 경험은 서비스 부서의 친절 문제가 아니다. 복잡한 요금제를 수익원으로 볼지 고객이 겪는 불편으로 보고 없앨지 결정하는 경영 기준이다.
버라이즌이 가격 인상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 실제 가치 없이 가격만 올리는 방식을 멈추겠다고 했다. 이탈률이 낮아지고 가입자가 늘면 매출과 이익, 고객 만족도가 함께 좋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고객 중심을 비용이 아니라 성장의 조건으로 본 셈이다.
문화 변화에는 현실·목적지·경로가 함께 필요하다
슐먼은 리더가 해야 할 일을 현실·목적지·경로로 설명했다. 세 요소는 구성원이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다음 행동으로 옮겨가게 하는 실행 순서다.
| 요소 | 버라이즌에서 한 일 | 빠지면 생기는 문제 |
|---|---|---|
| 현실 | 전 직원 앞에서 “우리는 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 구성원과 경영진의 현실 인식이 어긋난다 |
| 목적지 | 시장 리더십과 고객 신뢰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 구성원이 어려운 변화 이후 무엇을 이루려는지 알 수 없다 |
| 경로 | 3년 계획, 10개 실행 분야, 약 400개 과제를 운영했다 | 목적지까지 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구성원이 알 수 없다 |
현실만 말하면 사람을 겁먹게 한다. 미래만 말하면 상황을 미화한다. 계획만 늘어놓으면 왜 바꿔야 하는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세 요소가 동시에 있어야 구성원이 현재 위치와 목적지, 자신의 다음 행동을 연결할 수 있다.
그는 전 직원 회의에서 슬라이드와 원고를 쓰지 않고 회사가 지고 있다는 판단을 직접 말했다. 직원은 상황을 이미 알고 있으며 경영진이 인정하기를 기다린다는 이유였다. 문화 변화의 첫 단계는 새로운 가치를 발표하는 일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모두가 아는 현실을 경영진이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일이다.
실패를 허용한다는 말에도 경계가 필요하다
위험을 감수하라는 말은 통제 없이 시도하라는 뜻이 아니다. 슐먼은 재무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 사이버보안에서는 위험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실패에서 배우려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봤다.
| 위험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 영역 | 실험과 실패를 허용하는 영역 |
|---|---|
| 재무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 | 새로운 시도 |
| 사이버보안 | 실패를 통한 학습과 개선 |
위험 회피 조직의 문제는 모든 위험을 같은 종류로 취급하는 데 있다. 사이버보안 위험과 새로운 시도의 실패를 같은 방식으로 다루면 조직은 필요한 실험까지 피하게 된다. 반대로 모든 실패를 혁신으로 포장하면 기본적인 책임까지 사라진다. 문화가 해야 할 일은 위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위험은 막고 어떤 실패는 학습 기회로 삼을지 정하는 것이다.
문화 전환은 고통 없는 성공담이 아니다
버라이즌은 2025년 11월 1만3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회사는 50억 달러의 운영비를 줄여 고객 경험과 성장에 재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편 회사를 떠나는 직원을 위해 2000만 달러 규모의 재교육·경력 전환 기금을 만들었다.
이 결정은 고객 중심 문화를 증명하는 따뜻한 사례가 아니다. 구성원과 가족에게 큰 부담을 남긴 경영 결정이다. 슐먼도 감원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문화를 바꾼다는 말을 가볍게 사용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직의 우선순위를 바꾸면 예산과 역할, 인력도 함께 움직인다.
문화 전환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무엇을 위해 자원을 줄였는지, 절감한 돈을 어디에 다시 썼는지, 영향을 받은 사람에게 무엇을 제공했는지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초기 성과는 변화가 작동한다는 증거가 된다
슐먼은 인터뷰에서 취임 후 첫 분기에 약 65만명의 가입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 시점 | 확인된 지표 | 의미 |
|---|---|---|
| 2025년 4분기 | 고객 순증 61만6000명 | 2019년 이후 최고치 |
| 2026년 1분기 | 고객 순증 5만5000명 | 2013년 이후 첫 1분기 순증 |
| 2026년 2분기 | 고객 순증 18만4000명 | 소비자 부문 5년 만의 2분기 최고 실적 |
이 숫자를 문화만의 성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격 정책과 프로모션, 비용 절감, 고객 경험 투자, 시장 상황이 모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초기 성과를 보면 구성원도 변화가 실제로 작동한다고 믿을 수 있다. 슐먼이 “성공의 경험은 조직 안에서 번진다”고 말한 이유다.
사람은 발표된 전략보다 눈앞에서 달라진 결과를 믿는다. 변화 초기에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이유는 경영진의 체면이 아니라 구성원이 새 행동을 반복할 근거를 만드는 데 있다.
AI 네이티브 기업의 병목은 기술 구매가 아니다
슐먼은 AI 기술의 발전 자체보다 조직이 새 기술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 어렵다고 봤다. 버라이즌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일주일짜리 AI 교육을 운영하고, AI로 역할이 달라질 수 있는 구성원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00만 달러로 시작한 재교육 기금은 2026년 9월 5000만 달러가 추가되면서 총 7000만 달러 규모의 Verizon AI Skills for America로 확대됐다. 대상도 회사를 떠나는 직원에서 구직자, 사회초년생, 교육자, 소상공인까지 넓어졌다.
AI 네이티브 전환을 소프트웨어 구매로만 보면 사람은 비용 항목이 된다. 부문별로 직무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상하고, 현재 구성원에게 새 도구를 익힐 시간을 주며, 기존 역할을 잃을 수 있는 구성원에게 다음 직업에 필요한 역량을 익힐 기회를 제공해야 변화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다.
영상에는 AGI와 양자컴퓨팅의 도래 시점에 관한 슐먼의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버라이즌 사례에서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의 도래 시점을 맞히는 일이 아니다. 불확실한 기술을 기다리지 않고 교육 예산을 배정하고 업무 계획을 먼저 바꿨다는 점이다.
문화 변화에도 3년의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버라이즌의 문화 변화는 전 직원 행사로 끝나지 않았다. 슐먼은 3년 계획 아래 10개 실행 분야와 약 400개 과제를 뒀다고 설명했다. 회사 리더들이 실행 분야에 참여하고, 슐먼은 매주 진행 상황을 확인한다.
| 기간 | 운영 목표 |
|---|---|
| 1년차 | 문제를 인정하고 정면으로 다루며 전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
| 2년차 | 결과를 확인하고 경로를 수정하며 변화를 제도화한다 |
| 3년차 | AI를 개별 업무에 쓰는 도구에 머물게 하지 않고 회사의 운영 방식으로 정착시킨다 |
이 구조는 문화와 전략을 갈라놓지 않는다. 문화가 바뀌어야 전략이 실행되고, 계획과 점검이 있어야 바뀐 행동이 다시 옛 습관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문화 변화가 회의에서 반복되는 구호에 머물면 전략 실행을 방해한다. 과제·책임·지표·점검 주기에 반영되면 전략 실행을 뒷받침한다.
전략은 방향을 정하고 문화는 매일의 실행을 결정한다
변곡점을 만드는 건 전략이 아니라 문화라는 말은 전략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버라이즌은 3년 계획과 400개 과제, 가격 정책과 비용 절감 계획을 갖고 있다. 오히려 계획의 실행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차이는 전략을 발표한 다음부터 생긴다. 고객을 회선으로 볼지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볼지, 실패 가능성이 있는 실험을 막을지 학습 기회로 볼지, 과정을 설명하게 할지 언제 결과가 나오는지 물을지, 불편한 현실을 숨길지 인정할지는 전략 문서가 대신 결정하지 못한다.
문화는 전략과 별도로 존재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조직이 같은 상황에서 반복해서 내리는 판단의 기본값이다. 그 기본값이 바뀌어야 새 전략이 실제로 실행된다. 기업의 변곡점은 바로 그때 시작된다.
자주 묻는 질문
조직문화가 전략보다 중요하다는 뜻인가?
전략을 대체한다는 뜻이 아니다. 전략은 방향과 자원 배분을 정하고, 문화는 구성원이 매일 그 전략에 맞게 판단하고 행동할지를 결정한다. 실행을 막는 행동 기준이 그대로라면 좋은 전략도 문서에 머문다.
고객 중심 문화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나?
고객 중심이라는 추상적인 문구를 실제 장면으로 바꿔야 한다. 매장 대기시간, 요금제 이해도, 상담 태도, 가격 인상에 상응하는 가치처럼 고객이 직접 겪는 순간에 판단 기준을 둔다.
실패를 허용하면 관리가 느슨해지지 않나?
모든 위험을 허용하는 방식이 아니다. 슐먼은 재무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 사이버보안에서는 위험을 허용하지 않는 반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실패에서 배우려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할 영역과 실험할 영역을 먼저 나눠야 한다.
문화 변화의 성과는 무엇으로 확인해야 하나?
슐먼은 고객 만족도와 이탈률, 직원 만족도, AI 네이티브 전환 수준으로 문화 변화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